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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관점의 발견 / 현예림 지음취미 생활/독서 2025. 2. 9. 12:17반응형
뉴욕, 관점의 발견
현예림 지음
10일이 조금 넘는 아주 짧은 여행이었지만, 뉴욕은 항상 나를 두근거리게 한다. 도서관 신간 서적 코너에 꽃혀있던 이 책도 그랬다.
아래는 내가 책을 보면서 메모한 것들... 메모를 못해둔 부분도 많다. (아쉽)
1장. 뉴욕으로 떠나다
흔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뚜렷한 삶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계획 탓에 다가온 기회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운 좋게 파악하더라도 이를 놓칠 수 있다. 생각보다 인생에 정해져 있는 것은 별로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공식같은 것은 더욱 없다. 그저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우연한 요소로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기도 한다.
뉴욕을 중심으로 피어나던 추상표현주의
현대미술에서 큐레이터가 중요한 이유 : 작품만 봐선 작가의 의도,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 큐레이터는 작가와 작품의 연구와 기획을 통해 의미 재부여하고, 일반인들에게 의도와 목적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 : 예술이라는 장르 고유한 특징을 제외한 모든 것을 제거함으로써 예술은 순수성을 확보한다. 색체, 선, 면, 조형미에 집중할수록.
해럴드 로젠버그 : 형식만이 아닌, 행동가(예술가)가 캔버스라는 공간(arena) 풀어낸 사건(action) > 그림 그리는 행위를 작가의 삶과 불가분한 관계로 정의
중요한 것은 그린버그와 로젠버그의 미술론을 단순히 형식을 중시하는 조형 미술과 작가의 소통이 중요한 개념미술로 일도양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미술론을 이해한 뒤, 그림을 감상한다면 작품의 맥락이 더욱 구체화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메세나 Mecenat : 예술과 문화를 후원하는 활동
미술관에서 운영금을 모집하는 활동은 펀드레이징 부서에서 담당하고, 이들을 펀드레이저라고 부른다.
2장. 뉴욕에서 만나다
2장은 저자가 뉴욕에서 만난 8명의 소개와 함께 인터뷰로 구성되어있다. 7가지의 질문이 있는데, 각 인터뷰이의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어찌보면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이라 좋았다.
(1) 본인의 직업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2) 현재의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3) 작업 활동에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반대로 가장 좌절했던 순간이 있다면?
(4) 삶에서 소중한 가치관은 무엇인가? 본인의 작업을 통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보는가?
(5) 수많은 도시 중 뉴욕을 활동 무대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뉴욕 '아트 신'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6) 10년 뒤의 나는 어디에서 어떤 미전을 이루고 있을까?
(7) 미술시장, 특히 뉴욕 미술시장으로의 진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극적이고 정신없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살다 보면 눈 깜빡할 사이에 시간이 가버린다. ~ 그것이 뉴욕의 매력이라고는 하지만, 가끔 내가 이 거대한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뉴욕은 자기중심을 잘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끊임없이 작가들에 대해 공부하고 새로운 전시, 미술관 그리고 다양한 미술기관에 찾아가고 리서치해 보는 것을 권한다. 뉴욕에는 전시를 기획해서 보여주는 기관뿐 아니라 작가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기관까지 정말 다양한 단체가 존재한다. 나는 뉴욕에 와서 내가 어떤 기관에서 어떤 일을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 오며 커리어를 쌓았는데, 나의 관심사와 뉴욕 미술계의 지형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해 온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매주 첼시만 가도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팬데믹 이후 낮아진 렌트비로 로어이스트사이드의 헨리 스트리트에도 갤러리가 많이 생겼다. 그곳에 가면 수십 명의 신진 작가들이 선보이는 실험적인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작가나 아트신에서 일하는 한국인 지인들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학교라는 플랫폼을 통해 먼저 현지 문화나 환경을 익히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한 뒤에 커리어를 시작한다. ~ 미국 뉴욕에서 합법적으로 머무르며 일할 수 있는 '신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경우 학교를 통해 선택적 실습ORT 비자를 얻고, 작가의 경우 여러 전시와 레지던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 비자를 획득한다. 조직에 속해서 일하는 경우 해당 조직을 통해 취업 영주권이나 취업 비자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실적인 이야기) 뉴욕에서 어떻게 머무를지 어느 정도의 경로를 짜보는 것도 중요. (장기간 거주, 영주권같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온라인(소셜미디어나 웹페이지) 관리 능력이 중요한데, 이를 잘 활용하면 한국 기반으로 활동하면서도 충분히 뉴욕이나 다른 도시에서 얻을 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어디에 홈 베이스를 두든지 본인이 원하는 거셍 대해 계속해서 귀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를 얻어 꾸준히 도전한다면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특히 지역에서 오는 한계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성공하는 작가들이 충족하고 있는 기본적인 공통점 : 일단 이미 만들어좋은 작품 수가 많고,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줄 알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금액대가 크지 않은 작품은 주로 온라인 플랫폼 아트시, 아트넷, 퍼스트딥스 등을 통해 판매
미국과 한국의 미술시장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컬렉터의 특성이 다르다. 한국 컬렉터들은 작품을 투자처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서 돈이 되는지, 몇 년 뒤 가치가 얼마나 뛸 것 같은지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당연히 뉴욕의 컬렉터들도 작품의 투자 가치를 보지만, 한국 컬렉터들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추종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중적인 작품을 주로 사는 경향이 있다. 반면 미국, 그중 뉴욕 컬렉터들은 취향이나 줏대가 더 강하다.
작가와 갤러리도 특성이 약간 다르다. 비교하자면 한인 작가들이 조금 더 자존심도 강하고 날카로운 편이고, 뉴욕 작가들은 실리적인 면이 강해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는 편이다. 갤러리 또한 소소하게는 작품이나 전시 설명에서부터 차이점이 느껴진다. 한국은 보다 추상적으로 작품 설명을 쓰는 데 반해, 뉴욕은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편이다.
어릴 때는 선택 하나하나가 그 사람을 만든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그 사람이 그간의 선택으로 쌓아 올린 삶이 그 이후의 선택을 만드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어느 정도 관성이나 테마가 있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선택에 종지부를 찍고,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용기와 대번함은 항상 멋있어 보인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 나아가 자신에 대한 탄탄한 믿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
그때 1개월 정도 런던에 머무르며 여름에 SIA에서 진행하는 예술과 예술시장이라는 단기 코스를 들었다. 경매업계를 포함한 미술시장에 대한 개론으로 구성된 코스였는데, 런던의 미술관, 갤러리, 경매장 등의 현장학습이 포함되어 얕게나마 미술업계를 소개 받을 수 있었다. ~ 시야를 넓히기에도 좋고, 학교만큼 커리어 전환에 적합한 플랫폼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SIA에서 1년 반 동안 미술경영 석사MA Art Business 과정을 밟았다. ~ SIA의 석사 과정은 미술계의 MBA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미술업계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군과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뤄진다.
예상보다 한눈에 반해서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잘 없었다. 사람들은 작품을 처음 접하고, 집에 가서 계속 생각이 났는지 한 번 더 보러 왔다. 사람마다 달랐지만, 적어도 두 번은 보고 작품을 구매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작품에 '공감'을 느꼈기에 구매를 경정했을 것이다.
뉴욕의 미술 소비는 삶에 밀접해 있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알렉스 카츠는 그리는 행위로부터 기술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동화 경지에 이르고자 했다. 업무가 어느 정도 자동화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다른 흥미로운 생각을 할 수 있고, 예술적 영감도 기술적인 제약 등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게 발현시킬 수 있다.
억지로 작업하면 반응이 바로 온다. ~ 억지로 작업하며 좌절하는 시기가 다시 오지 않도록 나를 잘 다스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내 삶의 가치관은 근면함과 성실함이다. ~ 근면과 성실을 내 방식대로 풀자면, 성실이란 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것, 근면은 싫은 일이라도 해내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 실제 많은 작가들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 스타일을 모방하기도 한다. ~ (시작을 그렇게 했더라도,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았는데, 그 방법에 대해) 진정성을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관과 메시지가 무엇인지 스스로를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하며, 이를 꾸준하게 작품에 표현하겠다는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
색상조합 color juxtaposition
동시대 작가에 대해 많이 보고 읽으면서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과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항상 촉각을 세우기를 바란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나조차도 빠져드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그 경험으로 비롯된 유려한 설명이 책에 빠져든 첫 번째 이유였고, 뉴욕 미술계에 있는 8명의 개성넘치는 인터뷰가 두 번째 이유였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많았는데, 마지막에 한국과 미국의 미술시장 차이에 대한 의견이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이지 않을까 싶은데, 해당 내용을 읽으면서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조선시대의 도예가와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명작을 만들어낸 미켈란젤로가 떠올랐다.
그리고 미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그 이상으로 좋았던건 한 분야에서 강산도 변할 시간이라는 10년 동안 많은 고민과 경험을 거듭하며 나온 삶의 자세와 개인의 철학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게 만들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다.
이어지는 책
컬렉터 : 취향과 안목의 탄생 <해외 미술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
서양 미술사, 에른스트 H 곰브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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