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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헤르만 헤세취미 생활/독서 2025. 8. 4. 21:20반응형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예전(청소년기..?)엔 큰 감흥없이 읽었던 것 같아서, 문득 생각나 빌리게된 데미안.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요약된 줄거리로만 파악하기에는 깊고 몽환적인 내용이다. 몽환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 부적절한가 싶어 데미안 몽환을 검색해보니 나와 비슷하게 느낀 후기들도 많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 보다는 철학적인 이야기, 사색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지금 내 나이에 읽기에 좀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나와 내일의 내가 다르듯 책도 읽는 시기에 따라 시점이 달라지고 느끼는 바도 달라지는 것 같다.
2. 카인
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이야 말로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라는 것을!
6. 야곱의 씨름
당신은 자신을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다수가 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자책하는데, 그러지 말길 바라오. 불을 보고 구름을 보면서 생각이 잦아들고 영혼 속에 음성이 들리기 시작하면 거기에 따르면 되는 거요.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믿는 신이 당신의 생각을 허락해줄지, 마음에 들어 할지는 궁금해하지 마요! 그런 의혹은 당신을 망치는 거란 말이오. ... 우리의 신은 아브락사스에요. 그는 신이면서 악마이고,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한 몸에 지니고 있어요. 아브락사스는 당신의 생각과 꿈을 모두 인정해요. 그 점을 절대로 잊어선 안 돼요. 그러나 일단 당신이 떳떳하고 평범해지면 그는 당신을 떠날 거요. 당신을 떠나 자신의 생각을 요리할 새로운 그릇을 찾아 나설 거요.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오. ... 우리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것 외에 다른 현실은 없고. 사람들이 대부분 비현실적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겉모습을 현실로 여기면서 내면에 있는 자기만의 세계가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들기 때문이오.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일단 다른 길에 대해 알고 나면 대다수가 가는 길은 더 이상 선택할 수 없게 되오.
그 모든 것은 부수적 문제에 불과했다. 모든 이에게 진정한 소명은 자신을 찾아가는 일 하나뿐이었다. ... 어짜피 끝에 가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가 관심을 둬야 할 일은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운명을 찾는 것, 그 운명을 모두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미완성, 현실도피, 대중적 이상 속으로의 도주였고, 순응이었으며, 자기 내면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7. 에바 부인
두려움은 자신 속에 분열이 일어난 경우에만 생겨.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두려운 거야. 사회는 온통 자신 안에 있는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사람들은 자신들의 규칙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 자신들이 오래된 법에 따라 사록 있으며 종교와 도덕 역시 마찬가지라고 느끼고 있어. ... 어떻게 해야 한 시간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 이 모든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겁에 질려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이런 사람들은 공포와 적의를 가득 품은채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 집착하며 새로운 이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지. 갈등이 느껴져. ... 물론 갈등으로 세상이 '향상'되진 않을 거야. ... 바뀌는 건 소유주일 뿐이지. 그렇더라도 그것이 헛된 일은 아닐거야. 현재의 이상이 가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석기시대의 신들을 깨끗이 쓸어버릴 테니까. 세계는 지금 이대로 죽고 싶어하고 소멸되고 싶어 해. 그리고 그렇게 될 거야.
"태어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거에요. 당신도 알다시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해야 하죠. 돌이켜 물어보세요. 대체 그 길이 그렇게 어려웠나요? 어렵기만 했어요?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나요? 더 아름답고 쉬운 길이 있었을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꿈꾸듯 대답했다. "어려웠습니다. 꿈이 찾아올 때까지는 어려웠어요." ...
"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찾아야 하죠. 그러면 길이 쉬워집니다. 하지만 영원한 꿈은 없으니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기 마련이에요. 어떤 특정한 꿈을 계속 붙들고 있으려 하면 안 돼요."
"당신이 믿지 못하는 소망을 욕심 내면 안돼요.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요. 그 소망을 포기하든가, 그러지 못하겠다면 확신을 갖고 떳떳하게 원해야만 해요.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하면서 간절히 원하면 실제로 이루어질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지금 원하면서도 다시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있지요. 그 모든 것을 극복해야만 해요.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요."
... 별과 사랑에 빠진 한 청년의 이야기 : 별을 향해 몸을 던지면서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 '이건 불가능해' 그러자 청년은 해안으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
"사랑은 애원해도 안 되고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 사랑은 그 안에 확신하는 힘이 있어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려가지도 않고 끌어당기게 되죠.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내게 이끌리고 있어요. 그 사랑이 나를 끌어당기면 나는 그리로 갈 거에요. 나는 나 자신을 선물로 주고 싶지 않아요. 이끌리기를 원해요."
(에바부인은 단순히 사랑하는 여인이기보다는 싱클레어의 꿈이 었던 것 같다. 꿈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희망 없는 사랑을 하는 사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마침내 여인이 다가오자 이 여인은 결국 온 세상이었다는, 사내는 사랑을 했고 그러면서 자신의 본모습을 찾았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은 완전하게 이해하진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하며 본모습을 잃어버렸지만, 사내는 본모습을 찾았다는게 결말인 것 같은데..)
8. 종말의 시작
예전에 나는 이상을 위해 사는 사람이 왜 그렇게 드문지 곰곰이 생각했었다. 이제는 많은, 아니 모든 사람이 이상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단지 그 이상은 개인이 마음대로 선택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누구나 공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인간을 과소평가했었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임무와 공통의 위험이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만들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살아 있는 그리고 죽어가는 많은 이들이 운명의 의지에 의연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 전쟁의 외부적, 정치적 목적에 대한 질문이 표면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저 아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 그렇다. 전쟁의 대상도 목적처럼 우연의 일치였다. ... 그들이 저지른 학살은 자신 안에서 갈라져 나온 영혼, 즉 내면에서 뿜어져 나온 것일 뿐이었고, 그 영혼은 격분하고 죽이고 파괴하고 소멸함으로써 새로 태어날 수 있기를 원했다.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있었다. 알은 세계였고, 그 세계는 산산이 부서져야만 했다.
"싱클레어, 잘 들어! 난 떠나야 해. 언젠가 크로머나 그 밖에 다른 문제에 부딪히면 너는 다시 내가 필요하게 될지도 몰라. 그때는 네가 나를 불러도 나는 더 이상 말이나 기차를 타고 거침없이 너에게 가지 못할 거야. 그럴 떄는 네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 그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 "
... 그때 이후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하지만 가끔 열쇠를 찾아내 나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 내려가면 그곳에 있는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영상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 어두운 거울 위로 몸을 숙여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나 자신의 모습은 이제 그와 똑같아져 있었다. 내 친구이면서 인도자였던 그와.
(싱클레어가 그렸던 베아트리체의 초상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모습, 싱클레어도 담고 있었고, 데미안의 모습도 담고 있었다. 결국 그 모습은 에바부인을 닮기도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싱클레어 자신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신은 항상 내 안에 있듯이, 흑과 백 모든 모습을 가진 신 아브락사스처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다양한 신 그 자체가 싱클레어 본인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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